스마트폰은 전화나 문자, 검색 같은 본래의 기능 외에도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다. 무료할 때 여기저기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낯선 이들과 섞여있는 어색한 자리를 돌파하는 방편이 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물과의 대면을 벗어나게 하는 구실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기 힘든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채 주위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을 벗어나 생활하기 힘든 현대인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용어다. 스몸비로 인해 각종 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미국 하와이 호놀루루시는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보행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뉴욕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중국의 스촨성 충칭시와 샨시성 시안에서는 아예 스몸비를 위한 전용 도로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스몸비가 자신에게 닥칠지 모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행위라면 반대로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스마트폰 이용 행태도 있다. 출퇴근 길 지옥철을 타보면 그 전쟁터 같은 상황 속에서도 휴대전화에 머리를 박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숨 쉬기도, 바늘구멍 찾기도 힘든 빽빽한 틈바구니 속에서 주위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들어 자신만의 스마트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만원 지하철에서까지 스마트폰에 매달려야 할 만큼 급한 용무가 그렇게 많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8년 ‘대중교통에서의 미디어 이용’ 보고서를 보면 답이 나온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행위는 통화·문자·채팅이었고, 이어 영화나 음악감상, 쇼핑 순이었는데 특히 쇼핑이 급증 추세라는 것이다. 그 바쁘고 혼란스러운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의 스마트폰은 특별한 용무가 아니라 문자 수다와, 드라마 시청, 온라인 쇼핑 같은 일상적 행위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다르지 않다.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승객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이런 풍속도가 지하철 광고도 바꾸어놓았다. 눈을 스마트폰에만 맞추고 광고판을 둘러보는 사람이 없으니 지하철의 광고 판매 금액과 단가가 모두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만원 지하철에서의 스마트폰 채팅과 쇼핑이 그 때가 아니면 도저히 짬을 낼 수 없을 만큼 현대인들이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습관이 되었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듯싶다.
모든 것을 알려주고 연결하고 해결해주는 스마트폰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기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발명품이라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유용성이나 실용성, 휴대성 측면에서 어느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다. 기능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고, 넘칠 정도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게 족쇄가 될 때가 많다. 의존성과 중독성은 마약처럼 헤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그 집착이 스스로의 위험을 초래하고, 여유를 앗아가고, 다른 사람의 불편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만능의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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