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한다. 특히 인공지능은 놀라운 잠재력과 발전 속도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의 진보는 시각, 청각, 인지, 학습, 정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직업을 얻고, 사회생활과 관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최근 미국 학교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자폐아를 위한 로봇 마일로는 디지털 기술이 특수 교육에 가져올 희망의 신호이다. 마일로는 미국 로보카인드사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타입의 소형 로봇이다. 60cm 크기의 이 로봇은 대화와 가슴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자폐아들에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스킬을 가르치고 학습을 지원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심리치료사와 마일로의 도움을 받은 자폐아들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상호작용이나 학습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이들은 마일로와 함께 있는 동안 70~80%를 몰입하였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다른 방법에서 보였던 3~10%의 몰입도와 비교하면 그 효과는 놀라운 것이다.

마일로의 효과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 이전에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로봇과 관계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로보틱스사의 설립자인 로버트 두르닉(Robert Doornick)은 “아이들이 로봇과 상호작용할 때, 그들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판단에 대해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단지 멋진 장난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로봇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르닉은 인간의 형태를 띤 로봇이 자폐아와 사람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매개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자폐아 로봇이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특수 교육을 하는 교사나 심리치료사가 로봇을 매개로 아이들과 관계를 하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로봇은 아이들이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로봇과 상호작용하기 시작하면 높은 수준의 호기심을 유지하게 된다. 두르닉은 “아이들의 장난감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스스로 로봇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고, 로봇이 그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을 배우고, 로봇과 연대감을 느끼게 되어, 그의 얼굴 표정은 풀리고 완전히 평화롭게 된다.”고 경험을 들어 그 효과를 설명한다.

로봇은 또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준다. 뉴욕대학 아동정신과 의사인 어네스토 페란은 인터내셔널 로보틱스사와 세코(Seco)라는 로봇을 이용하여 학대를 당한 어린이와 심각한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집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토로하였다. 아이들은 사람보다 로봇에게 더 신뢰감과 편안함을 느낀 것이다.

마일로의 성과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오래 전부터 컴퓨터와 디지털이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왔다. 로봇 밀레니아를 만든 인터내셔널 로보틱스나 마일로를 제작한 로보카인드사는 20년 이상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해왔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거대기업들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인당 디지털 기기 보급률 세계 최고 수준, 인터넷 속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디지털 기술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는커녕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접근성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소리가 높지만 그 속에 사람은 없다. 산업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스티븐 호킹 박사가 경고한 ‘악마를 부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장애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사회공동체가 보장해주는 것은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인간다운 디지털 사회를 향한 첫 걸음이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먼저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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