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코딩교육 프로그램으로 많이 활용되는 스크래치라는 것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이 개발한 이 프로그래밍 언어는 40개 국어로 공개되어, 코딩교육의 도구이자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대한 커뮤니티이다.

메가맨100(megaman 100)이라는 아이디의 스크래치 사용자가 있다. 그는 이미 수백 개의 프로그램을 혼자, 혹은 다른 사용자와 협업으로 만든 훌륭한 예비 개발자이다. 그런데 메가맨은 미국에 살고 있는 고기능성 자폐아동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과의 접촉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8살 때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 디지털 기술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간단한 명령어로 된 블록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매혹된 메가맨은 자신의 힘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힐 수 있었다. 평소 좋아하던 개미의 움직임을 구현한 게임을 시작으로 그의 디지털 탐험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메가맨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8비트 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다른 아이들이 그를 공동 작업에 초대한 것이다. 비록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이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그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가 자기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팀으로 멋진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

스크래치는 한 아이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것은 그가 사회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이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곳에서는 눈을 맞추지 않아도 손을 잡지 못해도 생각을 나눌 수 있고 함께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차이’가 ‘차별’이 아니라 ‘다양성의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은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 제임스 볼드윈은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마주 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했다. ‘인간 중심의 디지털’을 외치는 우리 사회는 그런 희망을 똑 바로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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