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능력을 잃어버린 루게릭 환자들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카페가 일본 동경에 문을 열었다.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측삭경화증은 운동신경세포가 변성되거나 소실되어 심각한 근 위축과 근력저하가 진행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원인불명의 무서운 병이다.
이 놀라운 일이 가능하게 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다. 지난 11월 19일 오픈한 이 카페에는 오리히메-D라는 1.2미터 크기의 로봇 다섯 대가 서비스를 담당하는데, 그 로봇을 제어하는 사람은 루게릭과 같은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의 침상에서 인터넷을 통해 비디오 이미지와 오디오를 전송받아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것이다. 10명의 루게릭병 환자는 로봇을 제어하고 한 시간에 1,000엔을 받는다.

닛폰 재단(The Nippon Foundation)과 아나 홀딩스(ANA Holdings Inc), 그리고 오리 랩(Ory Lab Inc.)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이 끝나는 시점까지 영구적으로 운영되는 카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기업과 단체는 장애인의 취업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오리히메 개발자 켄타로 요수후지

오리히메 개발자 켄타로 요리후시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디지털 기술로 소외된 사람에게 사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오리 랩의 기업 정신이 있다. 오리 랩의 설립자인 켄타로 요리후시는 그 자신이 초등학교 당시에 병으로 학교를 일시적으로 결석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이후 아픈 경험을 극복하고 나라현의 산업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인공지능을 공부하였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없애주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 만든 로봇이 오리히메-D의 전신인 오리히메이다. 약 20cm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오리히메는 마이크와 스피커, 그리고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블릿으로 조종할 수 있다. 오리히메는 일본의 초등학교에 보급되어 병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병원과 집에서 원격으로 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병원에서 오리히메와 놀고 있는 아이들
2016년부터 오리히메를 학교에 도입한 돗토리현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오리히메를 받아들이는 적응력과 병원에 있는 아이가 그것으로 고립감을 떨쳐버리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오리히메는 학교의 아이들과 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오리히메-D 로봇은 디지털 기술이 장애인들에게 고립으로 부터 벗어나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고, 더 나아가 경제적 활동의 참여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그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보호’와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을 위한 기술의 사용’은 잘난 사람을 더 잘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도 동등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이전
다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