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숨어있는 독특함이 묻히지 않게 해주세요.”

극장에서 조용히 내려진 영화 중에 <채비>라는 영화가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디게 태어나 평생을 돌봐줘야 하는 발달장애아 가정의 애환과 희망을 그린 영화다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가정이 많이 있다아이와 함께 자립을 꿈꾸며 힘들지만 당차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을 만나봤다.

글. 김선순 자유기고가

발달장애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위해선 더 다양한 사회적 창의력이 요구된다

춘천 칠전동 신남초등학교 근처에 나비라는 착한 카페가 있다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직업 훈련 및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와 연결해 사회적 경제 및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발달장애란 나이에 맞는 신체적정신적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주로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뇌성마비다운증후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난 4월 이곳에서 춘천지역 발달장애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자립을 위한 배움과 나눔의 자리인 채비학교’ 모임이 있었다.

“<채비>라는 영화가 있습니다발달장애아들을 둔 엄마가 죽음을 앞두고 아들이 세상과 어울려서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저희가 이 영화를 다 같이 보고 나오면서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채비를 하자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카페 나비의 공동 운영자이자 채비학교’ 기획자인 김윤정 씨의 말이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특성별로 수많은 치료와 재활특수교육 등에 많은 시간과 경제력을 투입하고 있다학교에 입학해서는 통합교육에 대한 목표를 갖지만 발달장애 아이들의 특성이 워낙 다양해 현실적으로 애로사항이 많다사회적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와 경험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다보니 더 세심하게 개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오히려 기준’ 밖 소수의 입장으로 여겨지곤 한다.

장애학부모들이 교육을 통해 바라는 것은 온전한 삶입니다이런 바람에는 장애비장애가 따로 없겠지요다만관점의 전환과 접근방법에 있어 사회의 창의력이 더 다양하게 작동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런 것들을 함께 창출하기 위해 여기 모인 것입니다.”

‘함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아마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을 늘 머릿속에 담고 사실 것 같아요저도 어제 잠들 때 그런 생각을 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서는 왜 그랬을까희망이 있을 텐데 하면서 일어났답니다.”

스물여섯 살 아들을 위해 채비학교에 참석한 한 어머니의 말이다.

이제 이들은 채비학교를 통해 지금까지 안 해봤던 것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부모들이 아이의 입장에서 함께 행복한 삶을 꿈꿔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라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함께 사는 세상의 수준을 좀 높여보자는 도전이 필요할 때라 생각합니다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는 것부터 시작인거지요.”

생각을 바꾸면 ‘반짝임’이 보여요!

발달장애 아이들의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세상과 어울려 사는 것이다물론 그것이 비장애인들처럼 쉽지 않기에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립지역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립을 이야기한다.

생각을 바꾸면 반짝임이 보입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함께 한 사람들은 그 빛이 무엇인지 조금씩 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기엔 더 풍부한 경험과 자극이 필요합니다우리 아이들에게 숨어있는 독특함이 묻히지 않게 해주세요값진 보석일수록 발견하기도다듬어내기도 어렵잖아요우리 아이들은 그런 보석들입니다아이들이 보여 주는 빛에 우리 삶도 달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채비학교’ 모임에 참석한 부모들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장애 없이 자랄 수 있다면자신의 강점을 사회에 필요한 자원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그리고 공감 가는 좋은 제안을 해주었다.

“‘달라!’라는 말을 살짝 바꿔서 어떻게 다를까?’하는 관심으로, ‘못해!’라는 말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 글은 강원도교육청 소식지 <강원교육맑음> 3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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