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희 주식회사 나비 대표 “발달장애인이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제2의 탄생을 지원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일본 ‘사회복지법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에 가면 유니버셜 워크를 시행하고 있다. 유니버셜 워크란 일을 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일하기 힘든 모든 사람에게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러 가지 이유란 다양하다. 정신장애와 발달장애, 의존증, 신체 장애, 암 환자, 은퇴한 고령자, 은둔형 외톨이 등 차별과 소외당하기 쉬운 대상이지만 바람의 마을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취업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업무 분해라는 개념을 도입·실천하고 있다. 업무 분해란 일을 분해해 새로운 업무를 만드는 것으로 일의 능률을 위한 게 아닌, 일하기 힘든 사람에게 맞는 일을 발견해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다르지 않는 평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발달장애인 아동청소년 부모교육 모습.
발달장애인 아동청소년 부모교육 모습.
“존재가 되어가는 삶을 위하여”
주식회사 나비(대표 김경희)도 바람의 마을과 같이 ‘나를 발견하고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삶(Be)’을 지향한다. 팀의 이름에 지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존재가 되어 가는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들이다.

나비는 이러한 지향을 담아 발달장애 아동·청소년과 함께 하는 사회 통합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았다.

김경희 나비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행복하게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라며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공공자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자본을 연계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가는 제2의 탄생을 돕겠다.”고 말했다.

나비는 이를 위해 심리 상담·치료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그룹형 상호작용 훈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심리발달센터를 운영한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만 있으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치료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를 위해 적정 단가를 고민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양한 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대상자들에게 회복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섬세하게 관찰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대표는 “치료적 관점보다는 관계를 맺고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측면이 강하고 그 가능성에 집중한다.”라며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창직(創職)으로까지 고민을 확대 중이다.”고 밝혔다.

센터와 연계된 ‘공유가치 창출 디자인 연구소’는 지역사회 연계사업, 정보 허브와 네트워크 구축 사업 등을 진행한다. 연구소 김윤정 소장은 “지역 네트워크 연계사업으로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이 서는 방법을 만드는 게 연구소의 핵심 업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서는 장애인 기업 협력사업 기반 구축, 발달장애 가족 교육,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 사회적경제와 공유가치 창출 지원 사업 등을 펼친다.

또한, 나비는 로하스 카페를 운영 중이다. 커뮤니티 카페로 공유 서가를 통한 정보 제공과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 특히 카페는 바리스타 실습 등을 통해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의 자기 결정권 훈련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주식회사 나비 구성원들(왼쪽에서 네번째가 김경희 대표, 세번째가 김윤정 소장)
주식회사 나비 구성원들(오른쪽에서 네번째가 김경희 대표, 세번째가 김윤정 소장)
“다름이 틀리지 않게,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했던가? 나비의 핵심 구성원인 김윤정 연구소장과 김경희 대표에게 발달장애 아동은 사실 본인들의 이야기다. 발달장애인은 자립이 어렵다는 것, 직업과 역할을 갖기 어렵다는 것, 발달장애 가족은 경제·심리·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것, 발달장애인은 상호작용과 사회적 참여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잘 아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낀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 아동의 이동에만 월 100만 원 이상 소요되니 치료나 성장에 쓰는 돈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며 자원의 쓰임 구조가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입되는 자원은 많은데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발달장애 대안교육이 필요하다.”라며 “제도를 고치기보다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을 가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는 일반인들의 일상이 발달장애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도 평등하게 전개돼야 함에도 고민하지 않는 게 당연시되는 현실을 바꾸자는 것이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닌 지역 사회 체제를 만들기 위함이다.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다.

나비는 지금까지 심리발달센터 안착(상담과 프로그램 진행)과 발달장애 학부모 대상 아카데미 운영, 소셜 플랫폼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네트워크 작업에는 많은 공을 들였다. 발달장애인 고용 기업과 직무개발 기업과의 네트워크, 지역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업무 협약 등을 진행했다. 모두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교두보 마련을 위한 노력들이다.

발달장애인은 사회 참여 기회와 활동이 제한적이기에 지역에서 일상적 관계 형성이 어렵다.  비장애인과 상호교류 경험도 부족해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쉽지 않다. 이러한 환경은 발달장애인의 취업 실패와 경제·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차별 없는 한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는 게 나비의 고민이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 아동은 관계성에 기초한 성장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라며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며 성장을 바라는 것은 힘들기에 심리발달센터 활동과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비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변화를 시작으로 해서 지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경험과 관계를 확대하고, 자립 지원을 위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이후 역할 찾기와 고용 또는 창직(創職)을 통해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돕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성장 과정과 고용 과정, 자립 과정을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고 이것이 제도 개선을 넘어서는 체제가 되는 미래를 꿈꾼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발달장애인이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발달장애인이라는 획일화가 아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리드 그룹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로하스 카페 전경
로하스 카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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